
이미 10.15 대책에 대해 두 개의 글을 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문제가 커지는 것 같아 최근에 조사하고, 새로이 깨달은 문제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1. 역설 하나: "더 늦으면 끝"… 규제를 피해 '영끌'에 나선 무주택자들
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 70%에서 40%로 대폭 낮추는 등 대출 문턱을 높여 투기적 매수를 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과거에는 4억 원의 자기 자본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6억 원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하지만 이 규제에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기존처럼 LTV 70%를 유지해주는 예외 조항이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예외 조항이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규제에서 제외된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구매자들이 '다음 규제에는 이마저 막힐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서둘러 주택 매수에 나서는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 데이터에서도 명확하게 관찰됩니다. 10.15 대책 시행 이후(10월 16일~29일), 서울의 생애 최초 구매자 비중은 32.8%로 규제 시행 전(31.1%)보다 오히려 1.8%포인트 높아졌습니다. 이들 구매자 중 30대의 비중이 52.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통한 절박한 내 집 마련에 나섰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수요자의 투기 차단은 효과는 있었을지 모르나, 내 집 마련 문은 더 좁아지게 되는 역설적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2. 역설 둘: 여기를 누르니 저기가 튀어나오네…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강력하게 묶자, 규제를 피한 자금이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몰리는 전형적인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용인시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규제지역으로 묶인 수지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0.41%에서 0.31%로 둔화된 반면, 규제에서 벗어난 기흥구(0.08% 상승)와 처인구(0.06% 상승)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용인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규제에서 제외된 경기 구리시(0.18% 상승), 화성시(0.13% 상승) 등에서도 집값 상승폭이 확대되었고,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가 1억 원 이상 급등하는 등 풍선효과가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결국 서울 전체를 규제 지역으로 묶으면서 서울 지역의 풍선효과는 차단하였지만, 함께 규제 지역으로 묶인 경기 동남권 외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는 막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책과 같은 논리라면, 앞으로 남한 땅 전체를 규제 지역으로 묶으면 될 것 같기는 합니다.
풍선효과는 단순히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부동산 종류에 따라 나타나기도 합니다. 즉, 매매 시장을 억누르자, 그 압력은 고스란히 임대차 시장으로 옮겨가 또 다른 심각한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전세 시장의 고갈입니다.
3. 역설 셋: 매매를 막았더니 전세가 말랐다… 더 심각해진 '전세난'
이번 대책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사실상 원천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갭투자를 통해 시장에 공급되던 전세 물량이 사라지면서 전세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관련 통계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0월 한 달 동안에만 5385억 원이 감소하며 1년 반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해졌다는 방증입니다.
전세 공급이 부족해지자 서울 아파트의 중위 전세가격은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2666만 원(4.9%)이나 상승했습니다.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월세나 반전세로 밀려나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주택 매매와 전세 시장 양쪽의 문턱이 모두 높아지자, 갈 곳을 잃은 시중 유동 자금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4. 역설 넷: 부동산에서 증시로… '머니무브'와 과열되는 경매 시장
주택담보대출의 문턱이 높아지자,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던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갈 곳을 잃고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10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5조 7,136억 원으로 급증했고, '빚투'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25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 내에서는 대출 규제 속에서도 '갭투자'가 가능한 거의 유일한 통로로 여겨지는 경매 시장이 이례적으로 과열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2.3%까지 치솟아 3년 4개월 만에 100%를 돌파했으며, 일부 한강변 인기 지역에서는 낙찰가율이 130%를 초과하는 등 이상 과열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치며: 앞으로의 시장을 생각하며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시장은 안정화 대신 복잡한 역설의 연쇄 반응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규제를 피하려는 무주택자의 '영끌' 매수가 이어지고, 그 압력은 비규제지역으로 번지는 '풍선효과'를 낳았습니다. 매매 시장을 옥죄자 전세 공급이 마르며 '전세난'이 심화됐고, 갈 곳 잃은 자금은 주식 시장과 경매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또 다른 과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대책이 투기 수요를 억제한다는 단기적 목표는 일부 달성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공급과 시장 유동성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수요 억제책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으며 새로운 불안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부동산은 그 덩치와 매매의 복잡성으로 다른 물건들과 달리 거래가 쉽지 않아 경기 변동 시 가장 후행하는 경기 지표입니다. 또한 어떤 재산보다도 고액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많든 적든 대출을 이용하게 되고, 그에 따라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강남이나 한강벨트와 같이 일반적인 선호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도 자연스로운 시장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집값을 안정화시켜달라고 한 것이지 부동산 거래를 못 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안정화를 부동산 거래가 없는 '고정화'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왜 유독 부동산 시장만 통제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논리라면, 현재의 주식시장은 과열되어 있습니다. 몇 달도 안되어 갑자기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4천 포인트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정권 교체의 성과라면 칭찬이 난무합니다. 왜 주식은 투자이고, 부동산은 투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주식을 많이 사는 것은 칭찬 받을 일이고, 집을 겨우 두 채만 가져도 투기꾼으로 몰고 있습니다. 주식을 사면 우리 기업이 성장한다고요? 과연 주식을 사면서 해당 기업의 성장을 응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저 자신이 산 가격보다 주식이 올라 높은 가격에 팔기를 원할 뿐입니다. 똑같은 논리를 주식 시장은 허용되고, 부동산 시장은 규제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과거와 같이 부동산을 수 십 채 매수하여 인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켜 시장을 교란하는 것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식의 부동산 투기는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등 세금으로 수익을 박탈하기 때문에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또 다시 통제하여 과거를 반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부터 반복하여 말씀드리지만, 강력한 수요 억제책만으로 진정한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을까요?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시장을 연착륙시킬 수 있는 다음 카드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시장 참여자들과 정책 당국 모두에게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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