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흥미가 떨어진 블로그 글쓰기에 자극을 주기 위해 좀 더 자유로운 카테고리를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평상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쓸 예정입니다.
'12.29 참사' 관련 대상자들의 치유휴직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만약 시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기사를 읽고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사고 명칭 유감
1년은 통상 365일입니다. 기원후만 고려하더라도 같은 날짜가 2025번이 넘게 반복됩니다. 그래서 어떤 날짜를 사고의 명칭으로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현재까지의 2025개의 같은 날짜 중 가장 반복적으로 기억될 날이어야 할 것입니다. 3.1, 6.25, 8.15, 10.26, 12.12가 그렇습니다. 다만, 뒤의 두 개는 군부독재 시절의 유산으로서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면서 역사적인 날짜로 고정되었을 뿐, 특정의 날짜로 기억될 가치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위와 같은 내용을 감안할 때, '무안공항 제주항공 2116편 활주로 이탈 사고'의 모든 주요 내용을 생략하고 '12.29 참사(실제 기사의 제목에 들어있는 표현입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생뚱맞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어버린, 그 사고의 '날짜'만 남아 사고의 공식 명칭(정확히는 '12.29 여객기 참사'입니다)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지역이 불편하고, 그 회사가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죠.
조금 오래된 일본 드리마이지만, '춤추는 대수사선'이라는 경찰 소재 코믹 드라마가 있습니다. 정규 드라마 이후 특별 편과 영화,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계속되면서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레전드 드라마입니다. 그 드라마의 첫 편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대해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 경찰서 간부들이 머리를 맞대고 특별 수사본부의 명칭을 놓고 고민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일본 사회의 경직성과 보수성, 권위주의 등을 드러내는 장면이라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21세기의 4분의 1이 지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 씁쓸한 느낌이 듭니다.
1년 후의 치유휴직
사실, 사고의 명칭보다도 더 어이 없었던 것이, 도대체 왜 지금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사고 자체는 너무나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였고, (아직 결론이 안 난 것 같지만) 사고 원인이 공항 활주로 주변에는 있어서는 안 될 시멘트 둔덕 등에 있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및 향후 대책이 중요한 사고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관련 대상자(사고 피해자의 유가족분들 중 직장인만 대상이 될 것입니다)의 치유휴직을 검토하라고요? 그 사고는 특별해서 사고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트라우마가 발동하는 것인가요? 우리나라 직장 현실상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뿐일 것입니다. 휴직은 고사하고 연차휴가도 눈치를 보며 내어야 하는 직장인들(이것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이 1년 전 가족 등에 발생한 사고를 이유로 휴직을 낼 수 있을까요? 과연 얼마나 그 사고로 치유휴직을 받았는지 한 번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위의 명칭 논란이 발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듯이, 왜 이제 와서 관련자 치유휴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셨기 때문이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 하였어야 할 정부측의 사과가 없었다면(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의 대표로서 대통령이 유족들에게 사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이후의 대응이 한심하고 유감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만 충성하지 않는 사회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주 멋있는 말처럼 회자되었지만, 사실 우리나라 직장인들 모두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자리, 직위, 직책, 그에 딸린 권위에 충성하는 것입니다. '갑질'이라는 말이 유행하였지만, 사실 많은 조직에서는 '을'이 '갑'의 갑질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질을 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아무리 '팀'이라는 서양식 구조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수직적 조직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상명하달식으로 설정이 되어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그 정책의 설정은 구두로 이루어지고, 실행은 아래에서 문서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고에 대한 책임은 우선적으로 아래에서 지게 됩니다. 그 사고가 아주 클 경우에만 상급자는 관리책임 정도만 지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라갈수록 "great power"는 주어지지만, "great responsibility"가 아니라 "less responsibility"만 주어집니다. 더구나 올라갈수록 "great power"에는 사적인 분야까지 확대됩니다. 매불쇼에서 최욱이 농담으로 '약강강약이 인간의 본성이고, 내가 그러려고 잠 안 자고 열심히 살았다'고 한 것이,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현실입니다.
입법을 담당하는 최고 권위기관인 국회의원들에 대해 여야 구분없이 보좌관 갑질논란이 반복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의 당위와 현실이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마치며
12.29 여객기 참사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네요. 아, 대통령의 날개짓 한 번에 전체 직장 조직이 12.29. 여객기 참사 치유휴직을 검토해야 하는 것을 이야기하다가 우리나라 조직 문화까지 가게 되었네요. 사실, 나비이론에 비유하는 것은 맞지 않겠지요. 북경의 나비는 뉴욕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의도가 없지만, 대통령의 날개짓은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것이 또 갑의 의도인지 을의 의도인지 헷갈리는, 복잡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