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난 번 글의 제목은 '김어준과 최욱'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어준에 대해 글을 쓰다보니 생각지도 않게 너무 길어져서 편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최근 시사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자 하고 그 처음 주제로 매불쇼를 선택한 것일 뿐, 매불쇼에 대해서 이렇게 여러 번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5편이나 되었습니다.
이번 편에는 최욱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최욱의 방송을 보기 시작한 것이 상대적으로 얼마되지 않고(그래도 7년 정도는 되어갑니다), 매불쇼 외에는 보지 않아서(집에 TV가 없어서 과거 최욱이 공중파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은 거의 못 봤습니다) 지난 번 편처럼 길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욱과의 첫 만남
2018년도 매불쇼를 보기 시작하면서 진행자로서의 최욱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 김용민이 진행하던 '맘마이스'의 한 편에 출연하였을 때 처음 최욱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그 편을 볼 수가 있습니다. 김어준과 최욱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는 의미에서 그 편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7년이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서 정영진과 최욱이 불금쇼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을 것 같습니다. 김용민은 최욱이 엄마라고 할 정도로,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들어준 은인으로 생각하여 지금도 많이 고마워하는 것 같습니다. 정영진에게 최욱을 소개해주고 여러 프로그램에 나오게 해준 것도 김용민이었으니까요.
그 방송도 김용민의 마마이스에 정영진과 최욱을 서브 호스트 또는 서브 게스트로 출연시키고, 메인 게스트로 김어준과 주진우가 나오는 방송이었습니다. 아직 김용민이 나꼼수 멤버들과 틀어지기 전이었습니다.
그때의 첫 느낌은 김어준이 굉장히 무례했다는 것입니다. 원래 좀 자신이 모르는 사람에게는 대면대면한 성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동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공개방송이었는데, 보기 언짢을 정도로 과하고 생각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정영진은 안면이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무례하지 않았는데, 최욱에 대해서는 대놓고 '근데, 저 사람 누구냐?'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심지어 나갈 때조차 김용민과만 악수를 하고 두 사람은 무시하고 내려갑니다. 최욱도 처음에는 김어준과 처음 만나서 그런지 괭장히 깍듯이 인사를 하고 조심스럽게 멘트를 하다가 김어준이 너무 무시하니, 정영진에게 '우리도 대답하지 말자'로 농담을 섞어 기분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던, 지난 일요일에 공개되었던 김어준 관련 매불쇼 방송에서도 그랬지만, 최욱은 김어준에 대해 상당히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최근에 김어준 방송을 거의 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김어준이 최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2017년 당시에는 자신이 그렇게 무시했던 사람이 10년도 안 되어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욱과 김어준의 닮은 점
최욱과 김어준은, 그 외모와 성격에서부터 진행 방식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다른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비슷한 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시시각각 변화가 많은 뉴미디어 환경에서 꾸준하게 정상을 유지하는 이유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 모두 상당한 영향력 있는 방송의 진행자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사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최욱이 어떠한 경우든 출연자와 선을 긋고 출연자와 방송 외에서 관계를 가지기를 거부한다면, 김어준의 경우는 스스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를 이끌어가려는 성향이 있어서 그에 적합한 출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최욱이 설명문과 같은 성격이라면, 김어준은 논설문과 같은 성격의 진행자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어준이 출연자의 선정과 질문, 진행에 있어서 본인의 의도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을 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곽상언 의원 김어준 비판 논란과 같이 같은 진영 내에서도 소외된 측은 김어준의 영향력이 당내 공정한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어준의 영향력이 그의 오랜 기간 활동 속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비판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전달할 뿐,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의 위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욱과 김어준의 다른 점
다시 김어준의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사실 평가의 대상으로서는 김어준만큼 흠잡을 것이 많은 사람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뭔가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노선에서 벗어나 있는데 어찌되었건 자신의 소신임을 분명히 알 수 있고 위선적이지 않기 때문에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면, 최욱의 경우는 엄청나게 조심스럽습니다. 실제로 볼 수는 없지만, 많은 출연자들이 공통으로 방송 중이 아니면 출연자들과 심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둔다고 합니다. 이것은 김어준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최욱이 롱런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번에도 언급했지만, 정치인들과 가까울수록 오염이 되기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선천적으로 자신의 이익(=당선 또는 재선)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는 사람들인데, 인기 있는 방송의 진행자야말로 가장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어준과 같이 오히려 그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사전에 철저히 거리를 두는 것이 옳은 전략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최욱만의 강점은 정리 능력입니다. 복잡한 정치와 시사 문제들을 누구나 알기 쉽게 정리하는 능력은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처럼 TV나 다른 레거시 언론 매체를 거의 접하지 않고, 인터넷 여러 게시판이나 포털 등에서 단편적으로 기사를 접하는 사람에게 있어, 최욱의 정리는 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와 같이 소중합니다. 그 정확성에 있어서도 출연자 대부분이 인정하는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뉴스를 쉽게 정리한다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기보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잘 이해해야 합니다. 더구나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최욱이 뉴스에 대해 이해한 것을 어떻게 검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검증 과정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님에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함께 검증도 필요하니까요.
앞으로의 최욱
몇 번이나 예전 감성의 매불쇼가 그립다고 했지만, 당분간은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어준이 그랬듯이 최욱 스스로가 정치의 길로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현재의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는 마이크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최근 몇 년간 잘 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최욱이 김어준과 같이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경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어준 스스로도 상대편의 공격을 예상하여 조심하였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공격받아 왔습니다. 그것이 이제는 굳은 살이 되어 웬만해서는 전해 타격감이 없을 정도로, 김어준 자체만으로는 거의 완벽한 면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욱의 경우는 지금까지 어떠한 제대로된 공격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끔 매불쇼에서 가벼운 말실수를 한 것으로 논란이 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물론, 가벼운 잘못조차도 곧바로 사과를 하는 것처럼 충분히 신중하고 조심스럽지만, 주의와 예방을 한다고 하여 사고가 안 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매불쇼를 오랜 기간 즐겨 들었던 청취자의 입장에서 부디 사고 없이 꾸준히 재미있는 방송을 계속 진행하여 주기를 기원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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