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불쇼에 대한 글을 단 한 편 써놓고 프리퀄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래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간단히 언급하는 것에 그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좀 길어질 것 같아서 별도로 한 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부제목은 본래 '나꼼수의 유산'이라고 하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아닌 것 같아 바꾸었습니다. 매불쇼의 시작이 팟캐스트라는 점에서는 유산이 될 수도 있지만, 나꼼수가 팟캐스트를 유행시키기는 했어도 팟캐스트 자체는 아니고 애당초 매불쇼가 정치 팟캐스트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구상 중에,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 사위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곽상언 의원이, "유튜브 권력에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라고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사를 보면, 유튜브 권력이라 하였지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주로 겨냥한 것이라고 하나, 매불쇼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을 거쳐 대선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지금의 여권 내에서 매불쇼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 지난 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부터 국회의원들이 서로 매불쇼 출연을 위해 노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인기 있는 유튜브만큼 좋은 플랫폼이 현재는 없으니까요.
나꼼수의 시작
이것도 제가 나꼼수를 처음 접하게 된 '시작'을 의미합니다. 찾아보니 나꼼수는 2011년 4월에 처음 시작했다고 하는데, 제가 처음 들은 것은 그 해 여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학교 때문에 잠시 외국에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나꼼수'라는 팟캐스트가 유행이라는 글을 보게 되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휴대폰이 없어서 아이튠즈 홈페이지에서 다운을 받아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김어준만 알고 있었고, 다른 세 명(주진우는 조금 늦게 참여하였지만)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는데, 마치 해적방송을 듣는 것처럼 색다른 느낌의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과 다르게 팟캐스트는 거의 음악 방송이었고 유튜브는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요즘과 같이 가식 없는 날 것 느낌의 방송은 들을 수 없었던 때였습니다.
그 이후는 많은 분들이 아시듯이, 나꼼수의 어마어마한 유행, 그해 연말 정봉주의 교도소 입감, 다음 해 김용민의 대타 출마 후 막말 논란으로 낙선 등으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연속되다가 2012년 12월 18일을 마지막으로 나꼼수 방송은 종료되었습니다.
나꼼수의 영향
나꼼수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튜브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직전에 팟캐스트라는 과도기를 이끌면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는 데 공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팟캐스트 이전에 유튜브가 존재하고 있엇지만 그 활용도를 잘 알지 못할 때, 팟캐스트라는 1인 미디어가 가능함을 알렸고 결국에는 그것이 동영상을 함께 할 수 있는 유튜브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 것입니다.
과거 엄숙하고 거만하던 레거시 미디어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리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탄생은, 콘텐츠의 변화로 이어져 친구들과의 잡담조차도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실, 나꼼수도 성인 네 명이 골방에 모여서 잡담을 하는 수준에서 시작했던 것이어서 제대로 된 틀을 잡기까지는 상당한 회차가 지날 때까지 꽤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런 날 것 느낌의 방송이 신선함으로 다가와 나꼼수 성공 요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매불쇼 또한 팟캐스트 불금쇼 시절에는 나꼼수와 상당히 비슷하게 두 명의 진행자가 초대 손님들을 모아놓고 잡담을 하는 수준에서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 주요 소재가 정치나 시사가 아니라 연애, 결혼생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 위주였다는 것이 달랐을 뿐입니다.
매불쇼와의 비교
형식면에서 가장 큰 차이는, 나꼼수가 애당초 기한(가카 퇴임 시까지)을 정해놓았던 단기간 방송이었기 때문에 팟캐스트 방송에 머물렀지만, 매불쇼는 불금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이제 10년이 넘어 계속되고 있는 장수 방송이고 초창기 매불쇼까지는 팟캐스트 기반이었지만 이제는 유튜브를 주요 플랫폼으로 하는 방송이라는 점입니다(물론, 아직도 팟빵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용면에서는, 나꼼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 시사 방송이었던데 비하여, 매불쇼는 지난 번에 언급했듯이 초기에는 다양한 주제로 방송을 하였다가 최근에 와서는 정치, 시사 방송으로 바뀐 듯합니다.
매불쇼는 이제 나꼼수의 주요 멤버였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필적할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정치, 시사 유튜브 방송으로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비상계엄에서 대선정국으로 이어진 혼란한 국내 정세에서 여론을 이끌었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내용면에서 상당히 나꼼수와 닮아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큰 차이는 진행자의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최근 곽상언 의원의 발언 논란에서 보듯이, 김어준 스스로는 절대로 정치를 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방송을 통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어필하여 현 정치의 흐름을 이끌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반면, 최욱은 복잡하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문제를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정리하는 데 치중하고,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데에는 상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난 정부의 패착과 그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 확신이 들어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는 일이 많아진 건 같습니다.
매불쇼의 선택
지난 회에도 말씀드렸지만, 개인적으로는 매불쇼의 예전 감성을 그리워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지금의 매불쇼에 걱정이 앞섭니다. 근묵자흑이라고 하듯이, 정치적이 될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처럼 자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여와 야가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인이 될 사람이나 정치인이었던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모두 나쁜 사람입니다.
그럼, 정치를 외면하라는 말인가 할 수도 있습니다. 글쎄요. 누군가는 할 것입니다. 그저 내가 선택한 사람이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덜 나쁜 사람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단지, 10년 가까이 일상생활이 되어주었던, 매불쇼를 보는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글을 올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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